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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에에에엑!” 돼지 멱을 따는 듯한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튕겨 나오는 장한의 모습에, 당심한(唐深閑)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재빨리 허리춤에 매어 있는 가죽 주머니, 즉 사천당가의 무인임을 입증하는 물건이자 강호에 드문 보물인 당보낭(唐寶囊) 속에 손을 집어넣더니, 닥치는 대로 집어 던졌다.
당문이 자랑하는 수십 종류의 암기가 쏟아져 나와, 대기를 갈랐다.
그러자 장한을 공격하려던 오십 줄의 중늙은이는 현란한 몸놀림으로 날아드는 암기를 피했고, 암기가 미치지 않을 정도의 거리까지 물러나고서야 내려섰다.
당심한은 중늙은이를 경계하며, 조심스레 장한에게로 다가갔다.
그사이 장한은 입가로 흘러내리는 핏물을 닦으며 일어서고 있었다.
“퀘엑. 제대로 한 방 맞았네. 칵, 퉤.” 부리부리한 눈과 길고 높은 콧날, 그리고 각진 턱이 잘생겼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남자답다 싶은 용모였다. 하지만 건들거리며 피 고인 침을 뱉은 장한의 모습은 영락없이 한량만 같다.
“이 자식을 그냥!” 장한이 팔을 걷어붙이며 한발 나서려 하자, 당심한은 같이 나서며 말했다.
“이제 그만하시죠.” 장한은 부리부리한 눈을 더욱 크게 뜨며 단호히 말했다.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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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심한은 한숨을 로투스홀짝 내쉬었다. 그리고 찬찬히 말했다.
“백 합 안에 결단을 내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약속했던 백합은 이미 지난 지 오래입니다.” 당심한의 단조로운 말투가 짜증 나는지 장한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 이 새캬. 내가 저놈 하나 못 당할 거 같아!” “네.”
“근데 이 새끼가! 너 내가 누군지 몰라?” 당심한은 콧방귀를 뀌더니, 그사이 말없이 노려보고만 있는 오십 줄의 늙은이를 가리켰다.
“저자가 누군지 오픈홀덤 모르십니까? 남하칠패(南下七覇)입니다. 조간마(釣竿魔) 마자위란 말입니다. 조간마가 흑조마간(黑潮魔竿)을 꺼내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시고, 이쯤에서 물러나시지요.” “이 새끼가 근데!” “당최 처음부터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강북의 천리취응이라는 자가 북천팔정을 죽였으니, 나는 남하칠패를 죽여 강남에도 인물이 있음을 알리겠다니요!” 장한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냉엄한 얼굴로 당심한을 바라보았다.
“당씨 집안의 어린 가주는 들으라.” 당심한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힘없이 손을 들어 포권을 쥐었다.
“말씀하십시오.” “죽일 놈은 죽이고, 살릴 놈은 살게 만든다. 그것이 단심(丹心)의 무! 네 안에 단심은 있느냐?” “있습니다. 단심(丹心)의 맹약은 당가의 가법보다 우선합니다.” “그럼 저자, 조간마는 죽일 놈이냐, 살릴 놈이냐?” “살인, 방화, 약탈, 겁간. 그가 행한 죄악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는 분명 죽일 놈입니다. 하지만…….” 휘이이이이잉!
조간마 마자위의 주위로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전신에서 지독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어린 맹주! 그만 돌아가시오! 이만하면 양보할 만큼 했다 싶소!” 장한은 조간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당심한만을 바라보며 말할 뿐이었다.
“단심의 무를 행한다! 그것이 나의 의무. 죽일 놈은 죽인다!” 당심한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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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겠다 싶으면 끼어들 겁니다.” 장한은 그것으로 되었는지 씩 웃으며, 조간마를 향해 돌아섰다.
그사이 조간마의 손에는 길쭉한 검은 장대가 들려 있었다.
흑조마간이라 세이프게임 불리는 조간마의 성명 병기로, 그를 장강 이남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로 만들어 준 물건.
장한은 역시 허리춤에 매달린 검을 집어 들었다.
스르르릉. 세이프파워볼
하늘빛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푸른 광채가 검신을 따라 솟구친다.

“나 남궁대강(南宮大姜). 남궁가의 가주로서가 아니요, 단심맹의 맹주도 아닌, 일개의 무부로서 오늘 조간마를 단죄하려 한다! 그로써 단심의 무가 살아 있음을 세상에 알리련다!” 조간마는 이를 으드득 갈며 사납게 외쳤다.
“이런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이 있나. 더 이상 보아 줄 수가 없구나. 오냐. 내 오늘 너를 죽여, 단심맹에 새로운 맹주가 들어서도록 만들어 주마.” 장한, 남궁대강은 픽 웃으며, 이죽거렸다.
“어디 해 보시지.” 그리고 말이 마치기 전, 조간마를 향해 뛰쳐나갔다.
그의 뒷모습을 파워볼사이트 보며 당심한은 눈을 좁혔다.
남궁대강의 손에 들린 푸른 빛살을 머금은 검, 창궁신검(蒼穹神劍)이 오늘따라 유난히 빛나는 것만 같았다.
백 년 전 백검을 이끌었던 삼신 중 일인인 검신(劍神) 남궁수(南宮修)의 애병.
당심한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저 창궁신검이 머금은 시린 빛살을 뿜어 천하를 비추는 날이 다시 오는 건가!
“퀘에에에엑!” 바로 튕겨 나오는 남궁대강의 모습에 당심한은 당보낭에 손을 집어넣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럼 그렇지. 으이구.” * * *
련주부 련주 처소에 마련된 자그마한 내실, 이화영은 금위진이 내미는 몇 장의 서류를 받아 들었다.
“단심맹 주축 인사들의 신상 명세입니다.” 이화영은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 종이를 읽어 갔다.
<이름 : 남궁대강.
나이 : 서른둘.
무공 수위 : 불명. 일류 말이나 절정 초입으로 추측됨.
무공 연원 : 검신 남궁수의 유진을 계승. 강남제일고수 홍모량을 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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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년 전, 남궁세가의 가주 위로 선출됨.
사 년 전, 단심맹의 팔 대 맹주에 선출됨.
……
성격 : 직위에 어울리지 않게 호방하고, 즉흥적임.> <이름 : 당심한. 나이 : 스물아홉. 무공 수위 : 불명. 당가의 특성상 수위 측정 불가능. 무공 연원 : 사천일독(四川一毒) 당배종을 사사. …… 오 년 전, 이십 대 중반의 나이에 당가의 가주로 선출됨. 삼 년 전, 단심맹의 총사 위에 선출됨. …….>
<이름 : 홍모량. 나이 : 일흔셋. 무공 수위 : 절정. …… 남하칠패 중 검패. 단심맹 대장로. …… 강남제일고수.> <이름 : 당배종.
나이 : 일흔다섯.
무공 수위 : 절정.
……
남하칠패 중 독패.

……
단심맹 내총찰.> 이화영은 그 뒤로 몇 장을 더 읽고 나서 서류를 내려놓았다.
신상 명세 서류 중 홍모량과 당배종을 제외하고는 마흔을 넘은 자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더욱이 이인자인 총사의 직위를 맡고 있는 당심한은 이립도 되지 않은 어린 나이이다.
이화영은 어이없다는 투로 속삭이듯 말했다.
“단심맹은 젊군요.” 금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젊습니다. 단심맹이 아니라, 강남 무림 자체가 젊습니다. 강남은 강북과 달리 십여 년 전부터 대대적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까닭입니다. 하여 지금은 장년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요. 단,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신구 세대의 불화로 인한 사건이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영역에 침투한 사갈마뇌에 대한 대처 방안을 삼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확정 지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이화영은 차분한 눈빛을 하고 물었다.
“단주님. 만약, 아주 만약에 말입니다. 단심맹과 우리 백기련이 극단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면, 결과가 어떨 것이라 예상하십니까?” 금위진은 대꾸치 않고, 이화영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이화영은 변명하듯 말했다.
“저는 만약이라 하였습니다.” “십 할. 본 련이 이길 것입니다.” “그렇군요.” 혼잣말하듯 말하는 이화영의 표정은 의미심장했다. 금위진은 망설이다, 조심스레 물었다.
“그 만약이라는 상황을 바라시는 겁니까?” “백기련하의 무림 일통. 임시라고는 하지만 백기련의 련주인 저이니 바라지 않는다면, 거짓이겠지요. 하지만 이렇게는 아닙니다. 금 숙부, 저는 바보가 아니에요. 지금 본 련과 단심맹이 전쟁을 벌인다면, 그 싸움의 승자는 저의 백기련이 아닌 백금대부의 백기련일 것입니다.” 금위진은 살짝 미소 지었다.
그러고 보니 이제 이화영의 나이가 스물둘이었다. 어깨 위에 올려놓으면 종달새처럼 까르르 웃던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이화영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막아야겠죠?” 금위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한 어조로 대꾸했다.
“막아야 합니다. 염두에 두신 바가 있으십니까?” “네. 이미 남쪽에 서찰을 한 통 보냈답니다.” * * *
칠흑빛 장대.
홍모량은 그 장대가 자신과 함께 남하칠패 중 하나인 조간마의 병기 흑조마간임을 알고 있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십 수 년 전 서호 어귀에서 두 명의 고수를 상대로 격전을 벌였을 때, 이 흑조마간이 수놓은 상처로 인해 상당히 위험한 지경에 놓였던 적이 있었지 않은가.
떠올리는 것만으로 분통이 터지는 기억이다.

한데 그 기억 속 흑조마간을 꼬아 쥐고 서 있던 사람은 저와 달랐다.
홍모량의 눈동자가 장대를 들고 있는 사내, 남궁대경을 향해 옮겨 갔다.
전신이 상처로 가득한 것이 당장이라도 쓰러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남궁대경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당당히 어깨를 펴고, 흑조마간을 내밀었다.
“사부! 선물이오.” 홍모량은 눈살을 찌푸렸다.
‘대체 뭘 잘했다고.’ 마주하면 욕설을 한 아름 날려 주려 했는데, 욕할 수가 없었다.
항상 이런 식이다. 다 커 버린 제자 놈은 이런 괴상한 방식으로 사람의 입을 다물게 한다.
결국 홍모량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손을 뻗어 흑조마간을 받아 들었다.
남궁대경은 홍모량의 마음을 짐작하겠다는 듯 득의 어린 표정을 지어 보인 후, 홍모량의 등 뒤에 보이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자, 회의합시다!” 그 말에 십 수 명의 사람들이 쏟아지듯 남궁대경에게도 다가갔다.
“맹주, 정말 전쟁을 벌이실 거요?” 한 사내의 물음에 남궁대경은 반문했다.
“그럼 안 되오?” “거참, 미리 언질이라도 주셔야 하지 않소! 어찌 그리 독단적이오!” 남궁대경은 사내의 어깨를 두들기며 껄껄 웃었다.
“하하핫. 우리 이 방주는 무서운가 보오!” “무섭기는 누가 무섭다고 그럽니까! 다만…….” 홀로 남겨진 홍모량은 제 손에 들린 흑조마간을 쓰다듬으며, 남궁대경과 그 주변에 모여 중구난방 떠들어 대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젊구나.’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너무 젊었다.

단심맹의 주축을 이루는 십팔무문의 문주들 중 마흔을 넘은 사람이 없었다.
십 수 년 전부터 각 파마다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더니, 이제는 수뇌 회의를 할 때 머리 희끗한 사람은 찾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홍모량은 힘없이 웃으며 중얼거렸다.
“아니. 내가 늙은 건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조간마의 악명이 하늘을 찌를 지경이나, 그의 무공과 세력이 만만치 않기에 단죄하기를 주저했었다.
언젠가 석년의 빚을 갚아 주겠다고 다짐했었지만, 하루하루 미루다 보니 십 수 년이었다.
한데 오늘 이렇게 남궁대경이 가져온 흑조마간을 손에 드니,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늙었다는 건 신중해진다는 것이지만, 또한 겁이 많아진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젊다는 건 무모하기도 하지만, 과감하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일선에서 물러설 때가 되었는가?’ “왜 그러는가?” 홍모량은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대꼬챙이처럼 마른 늙은이가 곁에 서 있었다. 전전대 당씨 가문의 가주이며, 현재는 단심맹 내총찰을 맡고 있는 당배종이었다.
홍모량은 말없이 흑조마간을 내밀었고, 당배종은 눈살을 찌푸리며 받아 들었다.
“쯧쯔. 그 못되어 먹은 낚시꾼 놈이 드디어 갔구먼.” “맹주, 다 컸어.” “왜? 서운한가?” “아니. 대견스러워 그러네. 이 손바닥 위에서 돌아다닐 때가 어제 같은데…….” “서운한 게로구먼. 허허허.” “그래. 서운한지도 모르겠네. 이제 일선에서 물러날 때가 되었다 싶으이.” “물러나긴 어딜 물러나. 저기 저놈들 보게. 저놈들, 세상 무서운 줄도 모르고 떠드는 것을 봐. 저놈들 제대로 사람 노릇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 우리가 잡아 줘야…….” 홍모량은 고개를 저으며, 당배종의 말을 잘랐다.
“아니네, 아니야. 내 심장은 이제 저 친구들처럼 붉지가 않은 듯싶네.” “……그렇다면야. 우리 어디 가서 술이나 한잔하는 게 어떻겠나?” “좋지. 늙은이들이 빠져 줘야 저놈들이 더 신이 나서 떠들어 댈 게 아닌가.” “사람 좋은 척은. 그래, 가세나. 허허허.” 그때 남궁대강이 크게 소리쳤다.
“그러니 내가 당장 강북으로 가겠다는 거요!” 밖을 향해 걷던 홍모량은 순간 몸을 돌려 소리쳤다.
“이건 또 뭔 개소리야!” 천라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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